떡볶이의 세계화? 한식이야기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째서 한식 전파의 선봉장 자리를 떡볶이가 꿰차고 있는 것인지 말이다. 떡볶이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캐쥬얼한 음식이 한 나라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설정되는 경우가 있던가? 더군다나 여러 가지 복잡한 음식문화가 발달한 한국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의아함은 더욱 커진다. 떡볶이에 한식을 대표할 만한 요소가 있는가? 혹은 식품으로써 어떤 특별한 경쟁력이 있는가? 도무지 의문 투성이다. 게다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 형태의 떡볶이는, 내가 알기로는 생겨난지 얼마 되지도 않은 현대의 음식이다. 역사도 체계도 없고 그저 남루한 분식점 음식을 연상시킬 뿐이다.

일단 떡볶이에는 문화적인 풍부함과 매력이 없다. 한 나라를 대표할만한 음식이라면 마땅히 그래야 할 것인데 말이다. 나에게 떡볶이라고 하면, 그저 학교 근처의 분식집이나 포장마차에서 가래떡을 잘라 고추장에 버무린 음식일 뿐이다. 분식집 아주머니가 물을 부어가면서 하루 종일 졸이는, 지저분한 철판위의 고민없는 군것질 거리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다지 맛의 층위도 다양하지 않고, 음식에서 느껴지는 문화적인 깊이가 없다. 음식으로서의 다양한 베리에이션이나 발전 의지 따위를 느껴본 적도 없다. 요컨대, 그런 발전을 가능케 할 필요 자체가 거의 없었던 음식이다. 그런 처지에 누군가가 임의로 '떡볶이'를 선정하여, 인위적으로 확대 발전을 시키려고 한다면, 그것이 과연 얼마나 '발전'할 것인가. 아마 새로운 떡볶이의 시도와 발전은 최근 설립된 '떡볶이 연구소' 내의 테이블 내에서만 이루어지고 소비될 것이며, 나 같은 일반 소비자는 그것을 접해볼 기회도 거의 없을 것이다. 떡볶이를 파는 전문적인 음식점 자체가 일단 거의 없지 않은가. 소비자들은 거기에 돈을 쓰거나 새로운 떡볶이를 즐겨볼 관심이 없다.

내가 이다지도 떡볶이를 가혹하게 몰아치는 이유는, 그것에 '문화'가 없기 때문이다. 대충 맛을 내서, 대충 먹고 치우는 빈약한 식문화의 어떤 단면을 보이는 것 같은 자괴감마저 들게 한다. 

떡볶이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떡볶이의 포지셔닝과 소비되는 방법을 떠올려 본다면, 우리부터도 떡볶이를 그리 고평가 하고 있지 않음은 분명하다.

일본의 대표적인 핑거푸드인 타코야키는 적어도, 음식이 갖는 명확한 위치나 이미지가 존재한다. 소박하지만 남루하지 않다. 나는 타코야키의 맛을 아주 분석적으로 탐구하는 일본의 티비쇼를 본적 있다. 반죽과 굽는 법, 문어의 형태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떡볶이는 어떠한가? 이미지 메이킹이건, 음식 자체의 질이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다. 한국인들은 수십년째 떡볶이를 먹고 있지만, 나는 '카레 떡볶이', '짜장 떡볶이' 같은 다양한 변용을 거의 접해 본 적 없으며, 심지어 '떡볶이 전문점'을 본 적도 없다. 이미지화, 브랜드화에 성공한 케이스도 거의 보지 못하였다. 신당동 떡볶이 정도를 제외하면, 어딜가도 똑같은 맛을 내고 있는, 포장마차 한켠의 철판만을 봐왔을 뿐이다. 우리는 내내 떡볶이를 그렇게 소비해왔다. 거기에 문화는 전혀 없었다.

그런 상태에서 갑자기 '세계화'를 위해 떡볶이를 개발하잔 말인가? 그렇다면 그것은 '갑자기 만들어진' 한국의 음식이며, '한국인도 모르는 낯선 떡볶이'에 불과한 것이다. 우리부터가 떡볶이를 다양하고 풍부하게 소비해오고 있지 않았는데, 갑자기 뭘 세계화 한단 말인가? 문화적인 깊이를, 소수의 몇몇이 갑자기 창조해 내겠다는 심보로 들린다. 이런 마인드로 한식을 세계화 하겠다는 자체가 나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두 번째로 생각해 봐야 할 것은, 한식 자체가 세계속에서 제대로 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만약 한식의 정체성이 세계속에서 뚜렷하게 자리매김 하고 있는 상태라면, 그것의 서브로써 떡볶이와 같은 음식을 홍보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식은 아직 독자적인 고유영역이 없다. 이런 상태에서 떡볶이와 같은 간식거리를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들이민다면, 한식의 이미지 자체가 미묘하게 변질되어 버릴 것이다. 그저 별 고민없는 '매운 음식' 정도의 이미지를 얻길 바라는가? 그렇게 된다면, 그것은 세계화에 성공더라도 '실패한 세계화'라고 부르겠다. 나는 한식이 단순히 널리 알려지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음식이길 원한다.

얼마전 떡볶이를 널리 알리려는 어떤 퍼포먼스를 본적 있다. 그 무턱대고 들이대는 추진력에서, 나는 '고민없음'을 느낀다. 그들이 구축하고자 하는 한식의 정체성이 과연 있기는 한 것인지 의문스럽다. 단순히 음식을 팔고 싶고, 거기에 한식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알리고 싶은 것이라면, 나는 가혹한 평가를 내리겠다. 유감스럽지만 내가 보기에 떡볶이는 팔리지도 않을 것 같고, 한식을 알리기는 커녕 한식의 정체를 더 모호하게 만들기만 할 것이다. 나는 그것이 안타깝다.


덧글

  • 박혜연 2010/11/08 14:24 # 삭제 답글

    본래 떡볶이는 임금님이 드셨던 귀하디 귀한음식으로 맵지않고 달달했죠! 요새 떡볶이전문식당에 가면 임금님표 궁중떡볶이를 만들어주고 그렇잖아요? 개인적으로 저는 매운떡볶이보다는 달달하고 닝닝한 궁중떡볶이를 먹는것이 더 현명할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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