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에 대한 생각 한식이야기


'삼성 핸드폰을 가진 사람은, 삼성 티비를 가졌을 확률이 높다.' 산업심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삼성 핸드폰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인지하게 되고, 그로 인해 핸드폰과는 무관한 티비를 구매할 때에도 삼성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브랜드 파워의 중요성이다. 핸드폰 시장의 쉐어를 넓히는 것은, 단순히 핸드폰 판매의 문제만이 아니라 삼성과 연관된 다른 상품의 판매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브랜드 파워 구축하기'의 문제가 되어 버린 셈이다.

한식의 세계화는, 이 국가 브랜드의 구축과 긴밀한 관계가 있는 사안이다. 한 국가의 이미지를 홍보하는 데에는 음식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아직 한국의 '한식 세계화' 논리는, 단순한 사업 진출 식의 태도를 갖고 있는 듯 하다. 세계 외식시장의 규모가 2600조원에 이른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한식의 쉐어를 넓히는 것에만 관심을 두는 것이다. 그것은 자칫 실망스런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어떤 형태로' 한식을 세계화 하는지에 대한 개념이 확실히 잡혀 있지 않고, 그저 진출하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형 레스토랑인 '규가쿠'는 한국식 고기구이 전문점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식 상호에 '야키니쿠 레스토랑'이란 설명을 붙이고 있다. 심지어는 한국에서도 고급 한식점들은 무국적적이고 모던한 인테리어에, 한식의 요소가 소량 포함된 '퓨전음식'을 제공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식이라는 정체성을 구축하기 보다는 그저 '당장 팔리는 음식'만을 생각하는 탓이다. 이래서는 제대로 된 한식의 세계화를 이룩하기 어렵다. 한식의 세계화는 무턱대고 '사업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브랜드 라벨링' 작업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개념화 하는 것이 순서일 듯 싶다.

태국은 정책적으로 음식관련 국가기관을 설치하여 자국음식의 세계화를 꾀하였다. '태국적임(Thai-ness)'을 구축하는 것을 가장 우선적인 목표로 삼고 '매콤새콤'이라는 독특한 태국음식의 맛과 특징을 살린 결과, 태국 음식이라는 독자적인 영역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태국요리의 개념을 정립하지 않고 무턱대고 진출했을 경우에는, 그 태국적임이 휘발되어 국가적인 인지도를 쌓는데에 기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일본 정부는 얼마전 '일식 인증제'를 도입하여, 정통 일식을 제공하는 업소에만 정부가 보증하는 인증서를 발급하기로 결정했다. 세계 각지에서 변형되는 일식들이 일식 자체의 정체성을 해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식당들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일식의 정체성을 관리하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단순한 사업 논리와는 분명히 다른 방식이다.

한국은 어떠해야 할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식에 대한 체계적인 개념정립이 없는 한, 한식의 세계 진출은 요원해 보인다. 설령 가능하다고 해도, 그것은 별 고민없는 사업 확장에 불과할 공산이 크다. 오직 판매에만 급급한 '한식 아닌 한식'은 한국의 이미지 제고에는 하등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가 브랜드 구축'이라는 대승적인 목표 아래에서 한식을 제공할 수 있는 모델을 설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덧글

  • fallout 2009/12/10 11:17 # 답글

    음. 음식 자체의 한계도 생각해 봐야 함.

    이거는 사람들이 잘 인정을 안하려고 하는데

    늘 얘기하는 게

    "한식은 최고인데, 홍보가 안돼서 엉엉 ㅠ-ㅠ"


    기본적으로

    "우리 애는 머리는 좋은데 친구를 잘 못 만나서 엉엉"

    과 완전히 똑같은 소리라서.


    좀 의구심이 들기는 함
  • 2009/12/10 17:47 #

    부분적으로는 저도 동의합니다. 한식 자체가 가정식 위주여서 그런 면이 있습니다. 외식문화 자체가 한국에는 전통적으로 잘 없었던 탓입니다.
    그렇지만, 호화로운 프랑스 요리와는 달리,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요리도 가정식 위주의 요리이지요.

    더 문제가 되는 것은, 한식 자체보다도, 그것을 세련되게 뽑아내려는 시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우리는 '한국적인 것'을 '세련화'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적어도 그런 문제의식과 시도는 계속 있어야 할 겁니다.
  • fallout 2009/12/10 17:52 # 답글

    그런데요. 말씀하신대로 세련화하는 걸 보면

    실질적으로 일식 또는 프랑스, 이탈리아 요리에

    한식 풍의 터치만 가미해 두고

    이게 신 한식이네 하는 건 정말 어이가 없더라구요.


    예전에 광주요 하는 사장님이 압구정동에 한식집 하셔서 언론을 자주 탔는데요

    거기 메인 한식이

    랍스터 떡볶음이었습니다.


    랍스터를 프랑스식으로 요리하고 그 옆에 떡 세조각을 올리구선

    이게 한식이랍니다.


    이런 게 너무 많아요
  • 2009/12/10 19:32 #

    네. 글에서 그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겁니다. 태국이 'Thai-ness'을 내세워 세계화에 성공했듯이, 그리고 일본이 '일식 인증제' 까지 만들었듯이, 한국도 '한국적인 것'으로 한식을 세련화 시킬 필요가 반드시 있다고 봅니다. 처음보는 퓨전 음식 같은걸 한식입네 하는건 저도 마땅찮더군요.

    그것은 요리를 제공하는 쪽의 연구와 노력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거겠지만, 소비하는 우리들도 좀 협조를 해줘야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된장찌개 같은 것은 비싼돈 내고 잘 안먹는다고들 하지요. 집에서 해먹으면 되니까요. 하지만 파스타 같은건 2만원 가까이 해도 기꺼이 사먹습니다. 사실 집에서 해먹기는 파스타가 더 간단하고 일상적인 음식인데도 말이지요.

    된장찌개도 무슨 된장을쓰는지, 어떤 재료를 쓰는지에 따라 레벨이 천차만별일수 있지요. 그걸 대중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가 되어야 할 겁니다. 저는 그걸 세련화라고 부르는 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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