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음식의 세계화, ‘안동 간고등어’처럼. 한식이야기

 

1.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어 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거기에 이런 내용이 있다. 전라도가 자랑하는 한상 차림을 여럿이 둘러앉아 같이 먹는 장면이다. 모두들 이것저것 맛있다고 칭찬이 한창인데, 유독 안동 사람 한 명만 아무 소리 없이 가만히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그는 조용히 이렇게 이야기 했다고 한다.

“...니 간고등어는 먹어봤나?”

그 상황에서 안동에도 맛있는게 있다는 걸 내세우는, 안동 특유의 꼬장꼬장한 자존심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2.

사실 안동은 원래 식문화가 발달한 지역이 아니다. 근처에 평지가 없으니 농작물이 풍부한 것도 아니다. 가까이에 바다가 없으니 해산물을 구하기 쉬운것도 아니다. 근처에 보이는건 야트막한 산 뿐이다. 길은 구불구불하고 교통이 불편해서 옛날부터 상업적인 번영과는 거리가 먼 곳이다. 안동은 언제나 그리 부유한 지역이 아니었다. 이런 곳에서 식문화가 발달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나마 별미로 취급받던것이 바로 간고등어였을 정도로 안동의 음식은 빈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동’이라는 고유명사가 붙은 음식이 많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대표적으로는 앞서 이야기 했던 ‘안동 간고등어’가 있다. 어디 간고등어 뿐인가, 전통적인 증류식 소주를 우리는 흔히 ‘안동 소주’라고 부른다.

또 다른 잘 알려진 음식으로는 ‘안동국시’가 있다. 서울에서도 안동국시를 하는 음식점이 꽤 많다. ‘안동 헛제사밥’도 있다. 혹자는 진주 육회비빔밥, 전주비빔밥과 더불어 안동 헛제삿밥을 한국의 3대 비빔밥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비교적 최근의 음식이지만 ‘안동찜닭’도 있다. 이미 우리에게 너무 잘 알려진 음식이다. 고춧가루를 풀어 매콤하게 만든 ‘안동 식혜’도 있다. 좀 마이너한 것까지 파고들어가면, ‘건진국수’니‘ 돔베기’니 하는 안동음식들도 있다. 

지금에 오면, 안동은 상당히 풍부한 먹거리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어느 특정 지역의 이름이 붙은 음식이 이렇게 많은 경우가 안동 말고 또 있던가? 음식 문화가 발달한 전라도 지역에서도 고유한 지명이 붙은 음식이 이렇게 알려진 경우는 잘 없다.

이제 안동은 굉장히 많은 음식의 발상지가 되어버렸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이것은 아주 중요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안동은 애시당초 먹거리가 그렇게 많은 지역이 아니었다. 하지만 전통을 중시하고 자기 고장의 정체성을 자존심으로 생각하는 고집 센 지역이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보잘 것 없는 ‘안동 음식’을 계승하고 지키면서 발전시켰다.

타 지역에는 소금에 절인 고등어가 없었겠는가? 타 지역엔 증류한 소주가 없었겠는가? 타 지역에는 그 지역의 국수가 없었겠는가? 그렇지만 고유한 음식에 지명을 붙여가면서 애정을 갖고 지켜낸 곳은 안동이었다. 음식 이름 앞에 붙은 ‘안동’이란 이름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결국 ‘음식의 정체성’을 유지하는데 정말 중요한 것은, ‘음식 문화 자체가 얼마나 발달했느냐’ 보다는, ‘고유한 음식 문화를 얼마나 유지하고 보급하려고 애쓰는가’인 셈이다. 식문화가 빈약한 안동이, 어느 지역보다도 많은 고유의 음식을 갖게 된 것처럼 말이다.

 

3.

혹자는 이야기 한다. ‘한국 음식 자체가 세계화하기에 한계가 있는 음식 아니냐’고. 고급화하기 어려운 음식이라고도 이야기 한다. 어떤 사람은 ‘한국음식은 그냥 한국인들끼리만 먹으면 된다’고도 말한다. 그 말은 외국음식이 물밀듯이 범람하는 와중에서도, 우리는 우리음식을 가지고 그냥 입다물고 있자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중요한건 ‘음식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대하는 태도다. 초라한 음식이라도 꾸준히 애정을 갖고 내세우면 세계적인 음식으로 대접 받게 되는 것이고, 훌륭한 음식이라도 별것 아닌걸로 치부하고 허투루 대하면 가치가 희석되어서 지방의 향토 음식쯤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나는 한국의 음식문화를 생각할 때면 항상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나왔던 그 꼬장꼬장한 안동사람을 떠올린다. 맛있고 화려한 타 지방 음식 앞에서 ‘니 간고등어는 먹어봤나’라고 이야기 하던 그 고집을 말이다. 그런 안동의 자존심이 있었기에 우리는 안동 간고등어, 안동 소주, 안동 국시, 안동 찜닭, 안동 헛제삿밥을 알고 있다. 우리가 한국의 음식을 대하는 태도 역시 마땅히 그래야 한다.




덧글

  • 더카니지 2010/04/16 19:54 # 답글

    돔베기는 안동 고유만의 음식이 아니라 경북 사람들 대부분이 먹는 음식입니다.
  • 필로테스 2010/04/17 01:19 #

    저는 어쨌든 안동 음식으로 돔베기를 접했습니다. 아마 경북의 보편적인 음식을 '안동'이라는 지명이 흡수하는 하나의 사례일수도 있겠네요.
  • 국사무쌍 2010/04/17 00:12 # 답글

    돔배기는 안동건 들어본적이 없군요
    유명한건 영천이나..포항쪽에서 사오시더라구요

    경북 제사상에 돔배기 빠지면 상도 아니지요
  • 필로테스 2010/04/17 01:25 #

    안동도 경북이니까 저는 말씀하신대로 '안동의 제사음식'으로 돔베기를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안동이 의도했든 아니든 결과적으로는 '브랜드 라벨링'을 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 elle 2010/04/17 08:26 # 답글

    음 세계화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미국에서는 한국음식 자체가 인기를 끌기가 어렵습니다.
    나름 대표음식인 떡같은 것은 텍스쳐를 상당히 싫어하고 짜장면, 김같이 검은 색의 음식은 꺼리는데다가 매운 것 또한 그렇죠. 일식이 어느정도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곤 하지만 정작 날음식을 반기는 사람들은 적죠. 브랜드화도 중요하지만 캘리롤의 예시에서 볼수 있듯이 입맛에 맞추어 약간의 변화를 가하는것이 선행되어야 할겁니다.
  • 필로테스 2010/04/17 22:07 #

    미국인들은 날음식을 꺼림에도 불구하고, 일본인들이 스시를 고급음식으로 여긴다는걸 알고 있으니까 스시를 무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날생선을 싫어하는 사람도 스시가 고급음식이라는걸 인정하긴 할겁니다. 음식 자체가 좋고 싫은것의 문제가 아니라, 음식이 가지는 가치를 존중한다는거지요.

    마찬가지로 남들이 떡의 텍스쳐를 싫어한다고 해도, 우리부터 존중하려는 태도를 가지고 있으면 되는겁니다. 굳이 그걸 그들에게 먹으라고 강요할 필요는 없어요. 다만 '우린 이걸 먹는다'란걸 주체적으로 당당하게 내세울수 있어야하겠지요.

    전략적으로 말한다면야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음식 위주로 진출하는건 당연합니다만, 기본적인 태도가 그래야한다는 겁니다. 자부심을 가지고 세계화에 임하는 것과 그냥 당장 팔리는 것 위주로 들이미는 것과는 하늘과 땅차이지요. 본문에 썼듯이 '음식 자체'보다, '그것을 어떻게 대하는지'가 더 중요하거든요.
  • 아빠늑대 2010/04/17 23:42 #

    따진다기 보다 첨언을 하자면 김 같은 경우 2차대전때 일본군의 만행(?)으로 고발될 만큼 미국인 (외국인)의 눈에 음식이 아니었지요, 검은 칠한 종이를 줬다는 고발을 받았거든요. 위에 덧글에도 나와있지만 회나 스시를 두고 생것을 먹는 야만인 이라는 인식도 있었어요. 미역같은 해산물도 마찬가지고 문어의 경우 그리스 지역에서나 먹는 괴물(?) 음식이었지만 지금은 나름대로 퍼져 있습니다.

    처음부터 고급 음식으로 모든 사람이 "아! 이걸 이제까지 몰랐다니" 라는 것은 없습니다. 어떻게 브랜드화 하고 어떻게 이미지화 하느냐는거죠. 일본은 그런걸 잘한거고 말입니다, 우리 음식도 마찬가지죠. 예로 비빔밥이 섞어버려 이미지를 버린다고 하지만 그건 익숙치 않기 때문일 뿐입니다.

    예로드신 캘리포니아롤의 경우도 스시의 진출 이후에 자기들에 맞게 변화된 음식이지 애초에 시작부터 캘리포니아롤로 진출한건 아니었습니다. 덕분에 지금은 정통 논란에 빠져 있기는 하지만 결국 그만큼 널리 알려진 때문 아니겠습니까?

    포기하는건 이르죠.
  • elle 2010/04/18 20:49 #

    제 리플을 전혀 잘못 이해하셨나보네요.
    자부심을 가지고 세계화에 임하건 말건 저는 관심이 없고
    다만 "한식 세계화는 단지 태도의 문제" 라는건 아니라는 말입니다.

    스시를 고급음식으로 여기긴 하지만 날것을 못먹는 사람은 먹지않습니다.
    그럼 그걸 진정한 세계화라고 볼수 있습니까? 스시야 지금도 인기많지만
    날것이라는 한계만 없었다면 훨씬 인기가 많았을겁니다.

    떡텍스쳐를 싫어해서 소수만 먹어도 떡이 고급음식으로 여겨지기만 하면 세계화입니까?
  • 필로테스 2010/04/19 00:19 #

    스시는 충분히 세계화 된 음식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날생선이라는 굉장한 '핸디캡'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인들이 스시 자체를 고수한 '태도' 하나로 세계화를 이룩한 아주 훌륭한 사례라고 봅니다.

    그 '태도'로 인해서, 날생선은 한계가 아니라 오히려 스시의 독창성을 부여해주는 메리트로 변한 셈입니다.
    날생선이 아니었으면 더 인기가 있었을 거라고요? '스시'라는 메인 음식이 유지되거 있기 때문에 '캘리포니아 롤'이니 '스테이크 스시'니 하는 배리에이션이 가능했다고 봅니다.

    자꾸 떡 얘기를 하셔서 말하는거긴 하지만, 떡이 스시의 사례처럼 될 수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떡을 대하는 '태도'에 우리가 성의를 보인다면 종국에는 떡의 텍스처가 한국 음식의 독특한 개성으로 언급될 날이 올지도 모르지요.
  • elle 2010/04/19 11:54 # 답글

    스시가 유명하기는하나 날음식이라는 이유로 기피하는 미국인들이 얼마나 많은지 말씀드리고싶으나 세계화의 정의자체에 다른 견해를 갖고 계시는것같으니 더는 언급을 않하겠습니다.

    그리고 스시라는 음식이 유지되어서 결과로 캘리롤이라는 베리에이션이 탄생한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미국인들이 날음식과 김을 싫어했기때문에 참치대신 아보카도를 김을 안으로 넣어 탄생한것입니다. 인과관계를 명확히 하시길 바라고 캘리롤이 인기를 얻었기때문에 비로소 정식 스시 또한 인정을 받을수 있는 계기가 된것입니다.

    그리고 떡의 경우에는 제 추측이나 의견만을 말하는것이 아닌 엄연한 사실을 말하는것이고 그토록 높이 사시는 일본의 음식에 대한 태도가 모든것이라면 왜 모찌는 인기가 없을까요?

    개인적인 경험을 더 드리자면 저는 고등학교때 학교에 김밥을 싸가지고가서 아이들과 함께 먹은적이 있는데 모두 김을 의아해하고 경계했습니다. 개중은 김밥을 해체해서 먹기도 하고요. 그게 7년도 안된 이야기이니 스시가 이미 말씀하시는 "세계화" 된 이후였겠죠?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어차피 말씀하시는거보니 낙관적 예상으로만 일관하시는데 저는 더이상 드릴 말씀이 없을것같아 여기서 줄입니다.
  • 필로테스 2010/04/19 14:26 #

    낙관적 예상이라니요? 비관에 가깝죠. 한식에 대한 제대로 된 '태도'가 없는 한 아무리 아이템으로 승부하려 해도 가능성이 없을거란 말을 하고 있는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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