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식이야기 3- 김치찌개 한식이야기


김치찌개를 만들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나는 어제도 끓여서 먹었다. 만들기가 무척 쉽기 때문이다. 그냥 쉬운걸로 끝나는게 아니다. 좋은 김치만 있다면 김치찌개처럼 맛있는 것도 잘 없다. 김치찌개와 밥, 그리고 반찬 두어가지만 있으면 사실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 진수성찬이다.

그렇지만 그 '만들기' 쉽다는 것이 사실 김치찌개의 가장 큰 단점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아무도 김치찌개를 만들때 고민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김치를 '넣고' '물을 많이 붓고' '끓인다'는 것이 전부다. 좀 재주를 부려봐야 냄비 바닥에 기름을 두르고 김치를 달달달 볶아대는 건데, 사실 그래봤자 물을 흥건히 부어서 푹 끓이면 별 의미는 없다. 그래서 김치찌개는 요리법보다는 재료가 중요한 요리처럼 되었다.

싱겁고 국물이 많은 김치찌개가 요새 자주 보인다. 이를테면 '광화문집'이나 홍대의 '낭풍' 같이 비계붙은 두꺼운 돼지고기를 넣고 그냥 김치와 함께 막 끓이는 스타일이 있다. '새마을 식당' 같은데서 사이드로 주는 것도 이 스타일이다. 내가 보기에 이런 스타일은 찌개와 국의 중간쯤 되는 느낌이다. 국물이 얼큰하고 좀 가볍다.

나는 김치찌개가 '찌개'라는 점을 고려하여 좀 다르게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다. 별건 아니고 김치찌개를 만들때 찌개의 개념에 맞춰서 국물을 적게 잡는 것이다. 김치를 돼지고기와 충분히 볶은 후에, 진간장을 살짝 넣고 함께 졸여간다는 느낌으로 물을 살살 부어가며 찌개를 만들어 보았다. 결과물은 '김치찜'과 비슷했다. 하지만 찐 것은 아니니까 김치찜은 아니고 단지 '물기가 적은'  김치찌개였다. 혹은 물기가 많은 돼지고기 김치 볶음에 가까울수도 있겠다. 나는 이게 찌개의 개념에 더 가까운 김치찌개라고 생각한다. (찌개를 예전 반가에서는 '조치'라고 불렀는데, 된장으로 만든 조치를 재연해 보면 국물이 적은 강된장 비슷한 느낌이라고 했던 것 같다.) 이 걸쭉한 김치찌개는 물론 진하고 맛있었다. 건더기 위주라서 고기와 김치를 전부 다 먹게 된다. 다음에는 김치소를 다 긁어내고 김치를 씻어서 한번 만들어볼 생각이다. 서양의 스튜는 걸쭉하고 진한 스탁(베이스가 되는 국물)을 만들기 위해 야채가 다 흐물어 없어질때까지 끓인다고 하니, 김치찌개도 그런 느낌으로 만들어봐도 좋을 것이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이 국물의 농도를 김치찌개의 스타일로 정립해보는게 어떻까 하는 생각이 든다. 흥건한 김치찌개와 자박자박한 김치찌개. 그냥 '김치찌개'라는 단어 하나로 고민없이 끝내지 말고, 스타일에 따라 세분화해보면 더 맛있는 김치찌개의 세계가 열리지 않을까? 그냥 재료만 넣고 끓이는 '쉬운 음식'으로써의 김치찌개보다는, '연구 대상'으로써의 김치찌개가 훨씬 건설적이다.

사실 김치 찌개에 들어가는 재료로만 나눠도 벌써 몇가지 종류가 된다. 일반적으로는 돼지고기를 넣지만, 꽁치도 곧잘 들어가고, 스팸이나 참치 통조림도 자주 들어간다. 멸치국물로만 우린 김치찌개도 있다. 아마 누구나 한번씩 먹어 보았을 다양한 재료의 김치찌개가 많이 있다. 그런데 밖에서는 이렇게 다양한 김치찌개 파는 것을 잘 못 본것 같다. 
조금더 창의성을 발휘해서 쇠고기로 육수를 내도 좋을 것 같고, 차돌박이 같은걸 올려도 괜찮을 것 같다. 해물을 넣고 얼큰하게 끓인 김치찌개도 별미일 것이다. 그냥 쉬운 음식이라고 대충 끓이는 것보다는, '쉽다'는 것을 이용해서 자꾸 발전시켜보면 앞으로 무궁무진한 김치찌개가 나타나지 않을까. 최대한 모험적이어도 될 것이다. 김치찌개에서 가장 멋진 것은, 어떻게 하든 좋은 김치만 있다면 절대 실패할 일이 없다는 점이니까.



덧붙임. 서양요리에서는 '스탁'이라고 부르고 일본어로는 '다시'라고 말하는 그 국물 베이스를, 한국에서는 '육수'라고 부르는 방도 외에는 없는걸까. '육수'와 '국물 베이스'는 사실 미묘하게 좀 다르지 않는가. '멸치 다시'라는 말을 잘도 쓰는 모양이긴 하지만, 난 썩 내키지 않는다.

덧글

  • annie 2010/05/21 06:14 # 답글

    김치찌개를 보니 저절로 군침이 도네요.:)
    저도 김치찌개를 상당히 좋아하는 편인데, 나이가 들면서
    된장찌개가 더 좋아지더군요.:)
  • 필로테스 2010/05/28 13:48 #

    저도 된장찌개 엄청 좋아합니다. 언제는 된장찌개에 관련해서 뭘 좀 써봐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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