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다 감독에 대한 느낌... 일상


일본이 2승을 거두고 16강에 진출하고 난 마당에 이런 얘길 하는 게 뒷북이긴 하다. 그렇지만 나는 오카다 감독에게서 뭔가 미묘한 저력을 느낀다.

예전에, 97년인가 98년인가, 축구 한일전을 자주 하던 때가 있었다. 그때 감독이 역시 오카다였던가, 축구 열성팬이 아니라서 그것까지는 확실히 모르겠다. 내 기억으론 그랬던 것 같다.

당시 나는 학생이었는데, 일본이 골을 넣은 직후에 잠깐 보여줬던 감독의 리액션을 아직까지도 잊지 못한다. 일본 감독은 기쁨에 찬 환호성을 지르는 대신, 놀랄 만큼 냉정한 얼굴로 주변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아직 모르니까 진정해라'라는 듯한 손짓으로, 주위의 흥분을 자제시키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 것이다. 소름끼칠 정도로 진지한 얼굴이었다. 그는 경기가 모두 끝날 무렵이 되어서야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날 경기는 일본이 승리했다. 나는 그 때 감독의 태도를 아직까지 잊지 못한다. 굉장히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얼마전에 잉글랜드와 경기 중 일본이 골을 넣었을 때 오카다 감독의 얼굴을 봤다. 선제 득점을 했는데도 전혀 기쁜 기색이 없는 얼굴이었다. 물론 뒤 이은 자살골로 코미디 취급을 받긴 했지만, 나는 그 모습에서 예전 한일전때 소름 끼칠 정도로 진지한 얼굴을 봤던 기억이 났다.

오카다 감독은 월드컵 이전부터 '목표는 우승'이라고 이야기 해서 많은 비웃음을 샀다. 월드컵이 끝나고 일본으로 돌아가면 농사를 짓겠다고 공언하는 바람에 괴짜 취급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 일본의 축구를 보고 나니, 전부 다르게 느껴진다.

글쎄, 오바일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의 모습에서 어떤 '장인정신'을 느꼈다. 승부를 위해 놀랄만큼 냉정을 유지하는 태도, 주변의 비웃음에도 신념을 숨기려 하지 않는 고집, 그리고 승부외에는 명예욕이나 물욕등에 초연한 그런 모습들 말이다.

영웅 중에서도 쇼맨십과 재능이 넘치는 슈퍼 히어로 타입이 있는가 하면, 섬세하고 집요한 능력자형 타입이 있다. '장인정신'을 가진 사람은, 말하자면 후자 쪽이다.

오카다 예찬론을 펴자는게 아니다. 나는 이런 '장인정신'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너무 진지해서 시원한 맛이 없고, 집요함과 냉정함에서 가끔 불쾌감마저도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적이 되면 굉장히 무섭다. 저력이 있다. 

...그냥 일본의 승리에서 불현듯 그런 느낌을 받았다.




덧글

  • ㅋㄹㄷ 2010/06/25 12:06 # 삭제 답글

    머 저아자씬 이미 인생역전. 나머지는 덤일뿐.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