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가이드 1 - 송명섭 막걸리 막걸리가이드

이름: 송명섭이 직접 빚은 생막걸리
종류: 생막걸리
알콜도수: 6도
누룩: 전통누룩
주재료: 쌀 100%
양조장: 전북 정읍시 태인면 태인 주조장


제가 막걸리 가이드에서 이 막걸리를 첫 번째로 놓은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만약 누군가 제게 송명섭 막걸리를 숫자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저는 ‘1’이라고 말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이 막걸리는 ‘완전체’이기 때문입니다.


‘100점이면 100점이지 왜 하필 1이냐?’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100점이라는 표현은 이 막걸리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100점이라는 것은 막걸리가 도달할 수 있는 궁극을 가리키는 말이겠지요. 하지만 송명섭 막걸리는, 막걸리의 종착지가 아니라 차라리 시작점이라고 해야 적절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가장 ‘기본’에 가까운 막걸리입니다. 그래서 1이라고 한 것입니다.


원래 막걸리의 주재료는 ‘쌀’입니다. 하지만 과거 한때는 술에 쌀을 넣는 것이 금지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쌀 막걸리가 한동안 자취를 감추었지요. 그래도 최근에는 주세법이 개정된 덕에 다시 순쌀 막걸리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송명섭 막걸리도 쌀 100% 막걸리지요.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주재료가 단순히 쌀 100%라는 것만이 아닙니다. 송명섭 막걸리는 ‘전통 누룩’을 사용하는 막걸리입니다. 쌀 막걸리는 많아졌지만, 전통 누룩을 사용하는 막걸리는 잘 없습니다. 전통 누룩을 쓰는 막걸리는 전국을 통 틀어서도 몇 개 안됩니다. 더군다나 송명섭 막걸리에 쓰이는 누룩은 송명섭씨가 손수 밀을 재배해서, 직접 띄운 누룩이라고 하네요.


누룩은 술의 씨앗이라고 불릴 정도로 중요한 부재료인데, 최근 막걸리에는 대부분 개량누룩이나 입국을 씁니다. 일본에서 들여온 방식이지요. ‘종국’이라고 해서 따로 포집한 누룩균을 뿌리는 방식입니다. 일본에서는 주로 쌀에 이렇게 종국을 뿌려서 가루 형태로 누룩을 만듭니다. 그게 바로 입국입니다. ‘가루 누룩’이란 뜻입니다.


반면에 한국식 누룩은 밀기울로 만듭니다. 밀기울에 물을 섞어서 꽉꽉 디딘 후에 메주처럼 숙성시키는 방식입니다. 가루가 아니라 덩어리 형태로 발효되기 때문에 떡누룩 이라고도 합니다.


효율성 측면에서 봤을때 일본식 입국이 한국식보다 훨씬 낫습니다. 이틀이면 만들어 지니까요. 하지만 누룩에는 술의 정체성이 달려 있습니다. 술맛에도 큰 영향을 주지요. 그러니까 일본식 입국을 쓴 막걸리를 볼때면, 좀 아쉬운 기분이 드는게 사실입니다. 게다가 입국으로는 한국식 떡누룩으로 만든 그 맛을 내지 못합니다. 맛이 더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요.


물론 입국이나 개량누룩이 나쁘단 것은 아닙니다. 진보된 방법이라고 볼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상대적으로 전통 누룩으로 만드는 술의 가치를 더 인정해줘야 하는 건 확실하지 않겠습니까? 송명섭 막걸리는 전통 누룩으로 만드는 막걸리입니다. 제가 ‘기본’을 지킨다고 한 것은 이 때문입니다.


게다가 송명섭 막걸리는 첨가제가 들어가지 않는 막걸리입니다. 보통 막걸리에는 아스파탐이라는 감미료가 들어갑니다. 물론 아스파탐이 대단한 유해물질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유해성을 떠나서, 일단 술에 감미료가 들어가면 그건 좋은 술이라고 보기 어렵겠지요. 조미료를 넣은 음식을 좋은 음식이라고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아스파탐이 들어가지 않은 막걸리는 전국에서도 손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송명섭 막걸리가 ‘기본’을 지킨다고 한 것은 감미료를 전혀 넣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효모를 넣은 생막걸리 형태로 출시되는 것, 또한 ‘전통적으로’ 고정되어온 도수인 6도를 지키고 있는 것 역시 전부 ‘기본’에 해당되는 요소입니다. 만약 가장 순수한 형태의 막걸리를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저는 주저 없이 이 막걸리를 꼽을 겁니다. 송명섭 막걸리는 그야말로 ‘교과서 같은’ 막걸리입니다.


처음 먹는 사람들에게는 맛이 좀 낯설수도 있습니다. 단맛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막걸리를 마시는 우리 미각 자체가 그동안 좀 달게 맞춰져 왔다는 걸 감안해야 합니다. 조금만 익숙해지면 쌀맛이 입안에서 은근하게 감도는, 막걸리의 진짜 매력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그걸 느끼고 나서 다른 막걸리를 마시면 너무 달다고 불평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송명섭 명인은 ‘죽력고’라는 술로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분입니다. SBS 다큐에 언듯 나왔던 걸 본 적 있습니다. 부인과 함께 도자기 장인처럼 술을 빚고 계셨습니다.


앞으로 수많은 멋진 막걸리가 나오겠지요. 하지만 앞으로 나올지도 모르는 ‘궁극의 막걸리’는, 반드시 이 송명섭 막걸리가 발전한 형태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막걸리를 처음 마시는 사람들은 이 막걸리부터 마셔봐야 합니다. 막걸리를 많이 마셔봤다고 자부하는 사람들도 반드시 이 막걸리를 마셔봐야 합니다. 누누이 말했지만, 이 막걸리는 ‘기본’이고 ‘출발점’이고 ‘1’입니다.




덧글

  • TrueNine 2010/07/22 04:07 # 답글

    글을 볼때마다 깜짝깜짝 놀래곤 합니다.
    글로서 행복감을 느끼긴 정말 오랫만이라
    이 행복에서 깨고 싶지 않습니다.
  • 필로테스 2010/07/23 13:45 #

    읽어주신것만 해도 감사드립니다^^ 자주 쓸게요...
  • 삼별초 2010/07/22 11:09 # 답글

    좋은 막걸리죠
    첨가물이 없어서 약간은 호불호가 갈릴수도 있겠지만(그만큼 첨가물에 중독이 되었다는 증거이니 안타깝지만요) 맛을 들이면 다른 막걸리들이 달아서 못마실수도 있으니깐요

    대기업에서는 어쩔수 없이 첨가물을 넣어야겠지만 그런 시장속에서 이런 막걸라들이 존재한다는 부분은 소비자로서 고맙게 느껴야 하구요

    단점이라면 서울에선 맛을 볼수 있는곳이 한정되고 구입을 할려면 택배로 박스채로 택배 구입을 해야 한다는 점이 있다고 할까요 ^^;
  • 필로테스 2010/07/23 13:47 #

    서울에서 마실수 있는데가 한 두어군데 밖에 안되는거 같아요. 아쉽죠. 전반적으로 막걸리 뿐만 아니라 전통주들이 너무 단맛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는거 같습니다.
  • 따비13 2010/07/22 14:08 # 답글

    아하.. 술을 좋아하지 않는 저도 한번 먹어보고 싶어지네요..
    막걸리는 술인데 왜 사카린이 들어가고 감미료가 들어가는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어요.
    저도 그 다큐 봤답니다.
    입국식, 종국식을 보면서 종국식으로 빚은 막걸리가 한번 먹어보고 싶어졌다죠...
  • 필로테스 2010/07/23 13:50 #

    그동안 막걸리를 공들여 빚지 않았던 탓이 큽니다.
    단맛을 늘리면 그런게 좀 커버되니까 늘 달게 만들어 왔던 겁니다. 그리고 소비자들 입맛은 수십년간 거기에 고정되어 온거구요.
  • 경민 2010/08/13 20:51 # 삭제 답글

    송명섭 막걸리는 입에 넣고 굴리면 숨어 있는 맛이 느껴져요.
    참가물이 전혀 안들어가기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거나 속이 쓰리는 숙취가 없지요.
    송명섭씨가 만드는 술에는 전부 참가물이 안들어 갑니다.
  • 필로테스 2010/08/15 16:01 #

    며칠전에도 마셨습니다. 친구도 크게 낯설게 안느끼고 좋아하며 마시더군요. 송명섭 막걸리처럼 드라이한 막걸리가 막걸리 맛의 스탠다드가 되면 좋을거 같단 생각을 했습니다. 언젠가 송명섭 명인의 죽력고도 한 번 마셔보고 싶어요. 전봉준 생각하면서...ㅋㅋㅋ
  • 막걸리중독자 2010/09/19 02:03 # 삭제 답글

    검색하다가 여기까지 들어와보게 되었네요
    맛객님 블로그 댓글을 보니 전화주문도 된다던데...낼 당장 전화하려구요 ㅋㅋ
    단맛없는 전통누룩을 사용한 쌀 막걸리...햐~~~기대되네요
    덕분에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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