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덕동의 '카페' 일상


예전, 그러니까 구파발이 아파트촌으로 뒤바뀌기 전이다.
나는 고3이었고 그 근처에 있는 독서실에 다녔었다.

독서실 맞은 편에는 시장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시장 근처의 거리에는 저런 '카페'들이 즐비했다.
문 한쪽 귀퉁이에 어김없이 '유흥주점'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을 뿐 도무지 정체불명인 장소였다.
대개 7-80년대 트로트 가사에나 나올법한, 묘한 뉘앙스의 이름을 갖고 있었다. '첫정', '장미', '밤안개' 따위...

그 당시 독서실에서 밤 늦게까지 있다보면, 술취한 아저씨들이 싸우는 소리가 종종 들렸다.
밖으로 나가보면 십중팔구는 저런 가게 입구에서 시뻘겋게 취한 아저씨들이 엎치락 뒤치락 하고 있었다.
지금 그 때 그 길은 다 없어졌지만, 나는 생생하게 기억한다.
 
지난 봄 쯤 공덕동 지나가다가 저런 풍경이 보이길래 찍었다.
도로에서 굴러다니는 포니를 보는 느낌. 곧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 것들이다.
아무도 아쉬워 하지 않을, 그런 것들.
안 어울릴정도로 예쁘게 칠해놓은 담벼락이 어딘지 모르게 처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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