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가이드 4 - 서울 장수 막걸리 막걸리가이드



이름: 서울 장수 막걸리
종류: 생막걸리
알콜도수: 6도
누룩: 입국
주재료: 쌀 90%(수입), 이소말토올리고당 10%
양조장: 서울 영등포, 구로, 강동, 서부, 도봉, 태릉, 성동 연합 제조장 (7곳) 



서울 장수 막걸리는 두말할 필요 없이 '인지도 1위'의 막걸리 입니다. 서울에서는 그냥 웬만한 밥집에서 '막걸리 주세요' 하면 거의 99%의 확률로 이게 나올겁니다. 최근 막걸리 열풍이 불기 전까지는 '막걸리' 하면 그냥 이걸 말하는 거였지요. 안그렇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아주 책임이 막중한 막걸리입니다. 현재 막걸리 맛의 스탠다드를 잡아놓은 막걸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요즘 우리가 마시는 막걸리의 맛이 전반적으로 '달콤하고 상쾌해서 좋다' 하시는 분들은 그게 서울 막걸리 덕이라고 보시면 되고요, '너무 달고 깊은 맛이 없어서 아쉽다' 싶으시면 그것도 서울 막걸리 탓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먼저 이야기할 것 한가지. 서울 장수 막걸리는 특정한 하나의 양조장에서 나오는 술이 아닙니다. 서울의 여러 양조장들이 장수 막걸리라는 하나의 '공동 브랜드'를 만든겁니다. '서울 탁주 제조 협회'라고 해서 법인은 하나고, 아마도 각 양조장에서 지분을 나눠갖는 모양입니다. (예전 주간지 시사인에서 소유구조 관계도까지 실린 걸 본 기억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12개 양조장에서 생산되었는데, 지금은 총 7개 양조장에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장수막걸리를 마실때에는 라벨을 유심히 보세요. 어느 제조장에서 생산되었는지 표시가 돼 있을 겁니다.

제조되는 곳은 비록 7군데지만, 제법과 재료가 다 통일이 되어서 맛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냥 한 회사의 제조장 7개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어떤 술꾼들은 각 양조장마다 맛 차이가 있다고 주장한답니다. 영등포, 태릉 제조장 제품이 가장 맛있다는 이론이 있다고 하네요. 왜, 소주도 어디 공장에서 나온게 더 맛있네 맛 없네 하는 사람들이 있지요. 비슷한 맥락인거 같습니다.

서울막걸리는, 대부분 다 마셔봐서 아시겠지만, 일단 달콤합니다. 아스파탐 함량이 높은 편(0.01133)입니다. 게다가 주재료의 10%가 '올리고당'입니다. 당연히 단맛이 강하지요. 거기에 더해서, 탄산감을 주기 위해서 10%의 올리고당을 '출하 직전에' 넣는다고 합니다. 원래 당이 발효되면서 이산화탄소와 알코올이 만들어지거든요. 그러니까 이 올리고당을 넣고 곧장 출시를 하면, 병 내부에서는 발효가 진행 중인 상태니까 탄산가스가 만들어 지는 겁니다. 생 막걸리는 다 그렇습니다만, 특히 장수막걸리는 아예 '올리고당'이라는 당분을 넣어서 이 효과를 노린겁니다. 장수 막걸리가 추구하는 맛은 그겁니다. '단맛과 탄산이 강한' 막걸리. 맛의 존재감이 강하지요. 

일단 존재감이 확실하니까 블라인드 테스팅을 해도 장수 막걸리가 가장 인기가 좋다고 합니다. 수도권 점유율 80%의 위엄을 자랑하는 막걸리 입니다. 저희 아버지만 해도 막걸리는 장수 막걸리가 최고라고 하십니다. 그래서 다른 막걸리들도 자꾸 장수 막걸리 맛과 '닮으려고' 한답니다. 그래야 더 잘팔리니까요. 장수 막걸리의 책임이 막중하다고 한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장수 막걸리의 또다른 특징은 쌀을 사용한 입국으로 만든다는 점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전통적인 방식과는 좀 거리가 있지요. 제가 앞서 소개한 막걸리들은 '전통누룩', '개량누룩'을 사용한 것인데 반해, 장수 막걸리는 그냥 쌀로 만든 '입국'을 씁니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막걸리의 누룩맛을 살리기 위해 누룩을 좀 섞어서 쓴다고 합니다.

혹시 어른들이 이런 얘기 하는걸 들으신적 있습니까? "장수 막걸리 맛이 바뀌었어~"
저는 가끔 듣습니다. 제 추측이지만, 아마도 전통누룩을 조금씩 섞고 나서부터가 아닐까 싶습니다. 장수 막걸리도 전통 누룩을 사용한 막걸리의 인기가 점차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는 의미겠지요.

수입쌀을 쓰며 오랜 세월동안 변함없던 장수 막걸리가, 최근 100% 우리쌀로 만든 막걸리를 출시한 것도 상당히 주목할 만 합니다. 용기가 콜라병 비슷하게 생겨서 독특하네요. 물론 저는 플라스틱 용기를 아주 싫어하는 편이라서 이 정도로 이쁘게 봐주고 싶진 않습니다만... ㅋㅋ

<성분함량은 똑같습니다. 근데 제조장이... 충북 진천?>



장수 막걸리는 가장 대중적인 막걸리입니다. 가장 손쉽게 찾아 마실수 있는 막걸리이지요. 단맛과 탄산이 강한 막걸리입니다. 현실적으로는 '막걸리라는 술'의 맛을 대표하고 있기도 합니다. 반면에 제가 소개한 막걸리 중에서 전통누룩과 가장 거리가 먼 막걸리이기도 하지요. 제가 말하고 싶은 건 뭐가 좋다 나쁘다가 아닙니다. 장수 막걸리는 나름대로 한 영역을 개척한 막걸리입니다. 그렇지만, 그건 그냥 장수 막걸리의 맛이지 막걸리 전체의 맛은 아닙니다. 장수 막걸리를 맛의 기준으로 삼고 '막걸리 전체'를 바라봐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안타깝습니다만... 그러니까 장수 막걸리 맛이랑 다르다고 해서 더 전통적인 막걸리를 '별로네'라고 하면 안된다는 거지요!


덧. 서울 탁주 제조 협회에서는 장수 막걸리 외에도, 월매라는 살균 막걸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캔으로도 나오는 바로 그 막걸리입니다. 위에 명시한 7개의 제조장중에서 단 한 곳, 도봉연합 제조장에서 월매를 만든다고 합니다. 



덧글

  • The Lawliet 2010/08/31 00:53 # 답글

    저는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막걸리입니다. 국순당 생막걸리 마신 후엔 어쩔 수 없는 경우 제외하곤 잘 안마시게 되더라고요. 탄산도 세고 맛도 너무 가볍고 특유의 쏘는 맛이 좀 ㅠ_ㅠ 전통막걸리 쪽이 전 더 잘 맞는 거 같아요.
  • 필로테스 2010/08/31 12:00 #

    저도 이걸 일부러 찾아서 마시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막걸리 전문점 같은 곳이 아니라면 대개 장수 막걸리만 팔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마시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ㅠ
  • ㅋㄹㄷ 2010/08/31 02:32 # 삭제 답글

    풉 아스파탐으로 맛내는것들이 막걸리라니.ㅉㅉ
  • 필로테스 2010/08/31 12:03 #

    안타깝지만 현실적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막걸리에는 거의 대부분 아스파탐이 들어갑니다. 요리로 말하자면 조미료 넣는것과 비슷하지요. 제 생각에도 막걸리 발전을 위해서는 아스파탐부터 빼야 할거 같긴 합니다... 만 사람들이 단걸 좋아한다는데 어쩌겠습니까ㅠ
  • TrueNine 2010/08/31 04:57 # 답글

    하지만 전 좋은 막걸리라고 생각합니다.
    입문용으로도 그렇고 쉽게 접할수 있다는것도 그렇구요.
    어느것이나 초입은 있는 법이지요.
    ㅎㅎ
  • 필로테스 2010/08/31 12:10 #

    긍정적인 사고방식ㅋㅋ 독하지 않고 누구나 쉽게 마실수 있는 막걸리를 목표로 한다면, 장수 막걸리는 그 역할을 충분히 잘 하고 있는거지요. 실제로도 막걸리가 그렇게 소비되고 있는 측면이 있구요. 그것 자체는 나쁜게 아닙니다.

    다만 그게 막걸리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되지 않나 싶습니다. 막걸리의 범위가 엄청 넓어질수 있다는 거지요. 감미료 들어간 싸고 마시기 쉬운 막걸리부터, 전통방식대로 만든 걸쭉한 막걸리까지. 생각해보면 유럽에서는 1유로 짜리 싸구려 와인도 많습니다. 장수 막걸리는 1유로짜리 와인이라고 생각하면 될거 같아요.
  • 삼별초 2010/08/31 11:14 # 답글

    취향은 가리지만 개인적으론 별로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지는 않더군요
    단맛도 그렇고 너무 예전의 막걸리 (탄산이 쏘고 단맛이 도는)의 느낌이 강한데다 최근 젊은층의 타킷을 잡는 깔끔하고 산뜻한 느낌의 맛이랑 차이가 크더라구요 (꼭 이런 방식으로 갈 필요는 없지만)

    뭐 이 막걸리를 드시는 분들은 전혀 문제가 없겠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한다면 그것도 좀 아쉬울듯 싶습니다
  • 필로테스 2010/08/31 12:17 #

    어차피 어른들에게는 장수 막걸리가 부동의 선호율 1위이기 때문에... ㅋㅋ 앞으로는 그냥 '원오브뎀' 정도가 되는 날이 올껍니다.
  • 나는나 2010/08/31 17:51 # 삭제 답글

    서울 장수막걸리가 맛은 짱입니다요....
  • 막걸리중독자 2010/09/19 02:16 # 삭제 답글

    출하 직전 병에 올리고당을 넣어서 탄산을 만들어내는 원리였군요
    이런 전문적(?)인 정보들을 어떻게 다 섭렵하고 계신지...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ㅎㅎ
    근데 올리고당 10%면 막걸리 1병당 75ml의 올리고당을 그동안 마셔왔다는건데 ㄷㄷㄷ
    그동안 감미료 듬뿍 들어간 장수막걸리의 톡 쏘고 달달한 맛에 길들여져왔는데
    전통누룩으로 빚는 송명섭 막걸리로 갈아탈까 생각중이에요
    막걸리 블로그들 마다 다들 칭찬이 자자하셔서...어떤 맛의 차이가 있을까나...송명섭막걸리는 아직 먹어보진 못해서...좋은글 잘 읽었어요 ^^
  • 필로테스 2010/09/19 13:17 #

    허시명 선생님의 '막걸리 학교' 졸업생이다보니...ㅎㅎ '막걸리 너는 누구냐'란 책이 있는데, 막걸리에 대한 개론서 역할은 충분히 합니다. 막걸리 중독자시라면 읽어보셔야 할듯^^
  • 길가는~ 2010/10/18 22:10 # 삭제 답글

    개인적인 입맛같아요 전 술을 좋아하지 않는데 국순당 보단 장수막걸리가 더 맛난더라구요
    익숙한 맛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전 20대지만 ~ 요즘 국내산쌀 막걸리가 나왔지만 전 그래도 원조로~
  • 경남사람 2010/10/21 00:10 # 삭제 답글

    부산 지역에서는 생탁이라고 해서 연합브랜드가 새로 나온 경우가 있는데 ... 서울에서도 그랬군요 ㅎㅎ
  • 5999 2010/12/09 11:17 # 삭제 답글

    전통주의 탈을 쓰고 사실상은 미국쌀로 만들어 미국 농민들의 배를 불려주는 전형적인 막걸리죠. 장수막걸리 고유의 올리고당 맛에 길들여지면 지방의 제대로 된 전통 막걸리는 절대 입에 안맞게 됩니다. 화학조미료 많이 쓴 맛에 길들여져 천연 조미료 음식이 입에 안땡기는 것과 마찬가지죠.. 어쨌든 미국산쌀이 맛있다고 하니까 많이들 드세요..
  • yurion 2011/06/15 20:51 # 삭제 답글

    윗분은 아마도 국순당 알바쪽에 관련이 깊은 거 같군요. 국내산 쌀을 쓴다고 홍보를 하는 곳은 국순당 밖에 없으니...
    일전에 불만제로의 막걸리사고도 그쪽에서 찔렀다는 설이 업자들쪽에 파다합니다. 쉐어를 가져와야 하는데 그걸로 파이에 비집고 들어갈수 있으니...문제는 정작 쉐어는 못키웠다는게 문제 (...)
  • 유리알 2012/03/17 21:36 # 삭제 답글

    막걸리는 역사와 전통을 이어온 장수막걸리가 가장 맛이 있지요. 외국에서도 한국의 맛을 아주 잘 홍보하고 있구요. 물이 좋은 진천을 무대로 더욱더 한국의 전통주를 최고의 술로 만들어주길 바랍니다!
  • 테리킴 2013/12/27 00:49 # 삭제 답글

    개인적으로 와인매니아 였는데,

    근래에 막걸리에 빠져 각종 막걸리를 시음하던 도중 님 글을 읽게 되었네요.

    슬슬 막걸리 시음노트 작성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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