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소식을 듣고 일상

1.
불과 얼마전이다. 강남 모 클리닉에서 신체검사를 끝내고 밖으로 나오는데 누가 나를 불러세웠다. 돌아보니 신체검사 중 순서 기다리면서 몇마디 말을 섞은 사람이다. 그가 다짜고짜 내게 말을 건다.
"안녕하세요? 198x년 ㅇ월 ㅇ일생, J씨, 맞죠?"
실눈을 뜨고 경계를 하는 내게 그가 웃으며 악수를 청한다.
"아까 진료 확인서 싸인할때 옆에서 슬쩍 봤어요. 전 L입니다. 나이가 동갑이더라고요."
경상도 악센트가 많이 섞인 발음.


2.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는 10여분간의 시간동안 우리는 각자의 기구한 인생역정(?)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 했다.
그 중에서 그가 했던 이야기 하나가 머리에 남는다. L씨는 음악을 하는 친구 한 명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그의 선택이 훌륭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 그래서 "회사원 나부랭이 100명보다 음악인 1명이 더 가치있죠"라고 이야기 했다.
그러자, L씨는 입꼬릴 살짝 올리면서 경상도 악센트로 "그렇게 생각하세요?"라고 말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비웃음이었던 것 같다. 나의 나이브함에 대한 비웃음.


3.

일단 기사부터 보자.
http://news.jkn.co.kr/article/news/20101106/5968248.htm

이 얘기 하려고 빙 돌아온거다. 오늘 사망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은 인디 원맨밴드. 나는 팬까진 아니더라도, 노래 몇 곡은 좋아한다.
고인은 연봉이 1200만원만 돼도 음악을 계속한다고 했었다나.
솔직히 도토리는 좀 심했다.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아주 모욕적인 처사다.
한 사람의 재능과 창작물이 얼마나 개차반 취급을 받고 있는지, 그 증거를 본 것 같은 기분.
그는 이렇게 음악을 하고 있었다.
"회사원 나부랭이 100명" 운운하던 나의 대책없는 낙관주의가 창피하다.


4.


이 노래를 전부터 좋아했다. 굉장히 진지하고 처연한 센티멘탈. 기술적 완성도는 모르겠지만, 감성은 무척 세련됐다고 생각한다.
청승과 감성을 구분 못하는 수많은 한국 뮤지션들의 귀에 꽂아주고 싶은 노래다.


5.
마지막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






덧. 이글루스와 SK커뮤니케이션즈의 관계는 잘 알고 있다. 설마 이 글을 단속하는 일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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