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균의 '유신'과 김윤옥의 '한식' 한식이야기

 

1.     1884, 김옥균

 

조선 근대화와 국민국가 수립을 목표로 했던 김옥균의 정변은 결국 3일 천하로 끝났다. 물론 그의 시도가 3일만에 막을 내리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청나라의 개입 때문이지만, 설령 청나라의 영향력이 없었다 치더라도 김옥균의 거사는 실패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당시의 조선은 국민 국가라는 이념을 소화해 낼만한 밑바탕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백성들은 경복궁을 점령한 그 젊은 개화파들을 향해 돌을 던졌다. 아마 김옥균은 그것을 두고 무지한 백성들이 근대화의 시도를 이해 못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국민 국가가 수립되면 근대 사상이 도입되고 국가 경쟁력이 올라가서 결국은 그 백성들이 전부 득을 보게 될 것이 아닌가고 생각했을 것이다. (쓰고 보니 묘하게도 익숙한 논리) 물론 비극의 역사를 잘 알고 있는 현대인 입장에서 보면 일리 있는 말이긴 하다. 그렇지만 무지한 백성을 탓하기 전에 그가 먼저  생각 했어야 할 것이 있다. 그 말은 결국 당시 사회 전반적으로 근대화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가 부족했다는 말 아닌가.

 

당시 부족했던 게 어디 사회적 공감대 뿐이랴. 근대적 국민 국가로의 대전환, 조선판 메이지 유신을 일으키기에는 조선의 펀더멘탈이 너무 약했다. 일단 국가 재정이 거의 파탄상태였는데 국가 사업을 할 돈이 있을 리가 없다. 그러니 먼저 조세 제도를 손 보는게 순서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의 토지 장악력을 높였어야 하고, 외척 등의 내부 잡음을 없앴어야 하고, 또 문맹률을 낮춰 식자층을 길렀어야 할 일이다. 그래서 조선이란 나라 자체의 기초 체력을 좀 올려 놓는 게 우선이었다. 그런데 김옥균은 그 과정을 전부 건너 뛰고 성급하게 근대화라는 결과물을 얻으려고 했으니,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젊은 개화파들이 실패한 이유는 그 때문이다. 차근차근 뿌리부터 바꿔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가장 윗자리를 공략해서 한 큐에 모든걸 바꿔 놓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젊은 그들은 과감한 시도로 뒤쳐진 조선의 발전상태를 역전시키려 했겠지만, 모든 것이 다 그렇듯 지름길은 없는 법이다.

 

그런데 요새는, 이 실패한 김옥균의 유신에서 김윤옥의 한식이 겹쳐 보인다. 어쩐지 발음상 말장난 치는 것 같지만, 장난이 아니라 진지하게 말하는 거다.



2.     2010, 김윤옥

 

김윤옥 여사가 최근 정부돈 50억을 들여 뉴욕에 최고급 한식 레스토랑을 연다고 한다. 나는 이 행위를 김옥균의 유신에 빗대고 싶다. 한식의 발전과 고급화를 위해서 차근차근 밟아 나가야 할 단계들이 무수히 많은데, 그걸 전부 무시하고 가시적인 고급 한식당부터 만들겠다는 것이다. 과정을 건너뛰고 성과부터 보겠다는 심산 아닌가. 역사가 말해주듯이, 그런 식당은 3일 만에 망할 확률이 크다. 과정이 있어야 결과가 나오는 법이지, 결과를 먼저 도출해 놓는다고 과정이 빨라지는 건 아니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지금의 한식 세계화 사업은 마치 구한말의 조선처럼 기초 체력이 부실한 상태다. 한식을 상품화하는 노하우도 부족하고 공감대도 충분치 않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한국 음식을 퀴진의 대상으로 여겨 본 적이 없다. 한식을 부가가치 높은 상품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도 최근에 이르러서야 슬슬 생기고 있는 정도다. 이런 상태에서 정부 주도의 고급 한식당이 만들어진다면, 그것은 소수의 사람이 성과를 위해 일부러 만들어 내는 것이지 한국 사회가 자연스럽게 탄생시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람들과 동떨어진 위로부터의 유신일 뿐이다. 하물며 그 식당이 뉴욕에 있어서야. 괴리감만 커질 뿐이다.

 

김윤옥 여사는 뉴욕에서 한식당이 성공하면 한식의 이미지도 올라가고, 자연스럽게 한식 전체가 발전할 것이 아닌가라고 할 지도 모른다. 물론 크게 보면 일리는 있다. 하지만 그것은 100여 년전에 김옥균이 가졌던 생각과 판박이처럼 닮아 있다. 한식이라는 문화적인 밑바탕이 따라오질 못하는데 어떻게 홀로 한식당만 발전하나. 뉴욕의 고급 한식당이 한식 전체를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식과 괴리되어 홀로 말라죽을 확률이 더 크다. 갑신정변처럼 말이다.

 

그러니 가장 먼저 해야 할 순서는 고급 한식당이 한국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탄생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 스스로 한식의 매력을 찾고, 한국의 맛을 발견하고, 그것을 개념화 하고 이름 붙이고, 그래서 결과적으로 한국 사람들이 그것을 한국적인 것으로 소화해 내야 한다. 이런 유기적인 관계들을 모두 거치고 나야 비로소 한식의 고급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게 바로 음식의 문화역사. 문화를 한두 사람이 만들 수는 없다.

 

우리에게 좋은 한식당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 한식당은 한국인을 향해 있어야 한다. 한식의 매력과 맛과 멋을 한국인 스스로가 느낄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한국인들의 식문화에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식당이 필요하다. 그래서 한식의 전반적인 기초 체력이 올라가면, 그때는 자동적으로 고급 한식당이 탄생할 것이다. 정부가 할 일은 이 기초체력을 길러주는 것이지, 무작정 뉴욕의 고급 한식당을 고집하는 게 아니다. 그것은 콘크리트에 금칠하는 꼴 밖에는 안 된다. 금광을 발굴하려고 노력해야지 콘크리트에 금칠할 생각부터 하면 어떡하나.

 


덧. http://pdf.joinsmsn.com/article/pdf_article_prv.asp?id=DY01201012220181 조태권 회장님이 22일자 중앙일보에 기고한 것을 보고 고무 받아 썼다.


덧글

  • kihyuni80 2010/12/23 07:52 # 답글

    행여 성공한다고 해도 '성공한 한식당'집이 하나 생기는 것이지
    '한식의 세계화'의 성공은 아닐것이다...라는 의견이시군요.

    김옥균과의 매치가 절묘하네요. ㅎ
  • 필로테스 2010/12/26 02:28 #

    일단 그 두 분은 이름부터 굉장히 절묘하게 매치되는 것 같아요 ㅎㅎㅎ

    아, 근데 전 김옥균은 좋아합니다. 물론 역사적 인물로써.
  • bluexmas 2010/12/23 10:02 # 답글

    일단 한국화나 제대로 하고 세계화를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우리나라 음식이 너무 망가지지 않았던가요?
  • 필로테스 2010/12/26 02:26 #

    맞습니다. 정말 중요한건 '한국인'들에게 한식을 알리는 거지요. 그래서 한국 음식 자체의 수준이 좀 올라가야 찻잔에 물이 넘치듯 세계화가 가능할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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