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가이드 9 - 국순당 생 막걸리 막걸리가이드

이름: 국순당 생 막걸리
종류: 생 막걸리
알콜도수: 6도
누룩: 입국
주재료: 백미 100% (수입산)
양조장: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국순당
첨가물: 아스파탐 0.009%, 감초




누룩을 만들려면 미생물이 필요합니다. 물론 완전히 전통적인 방식은 누룩을 띄워놓고 자연적으로 발효하는 것입니다만, 아무래도 그건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그 과정을 생략하고 직접 균을 배양해서 뿌리는 방식이 사용됩니다. 한국 술에 대개 사용되는 미생물은 아스퍼질러스 오리재라는 균입니다. 이 균은 일본에서 개발된 것으로, 원래는 사케를 제조할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적인 한국식 누룩에서 생기는 미생물과는 좀 차이가 있습니다.

 

때는 거슬러 올라가 1970, 한국 미생물 공업 연구소라는 곳을 세우고 전통 누룩에 대해 연구를 시작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의 목표는 일본에서 합성해 낸 미생물 대신 한국식 누룩에서 발생하는 미생물을 찾아 포집해 내는 것이었지요. 오랜 연구 끝에 그는 한국식 누룩에서 라이조푸스 계열의 미생물을 찾아내었고, 그것으로 누룩을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그런데 당시에는 아무도 그 누룩을 사용해서 술을 빚으려 하지 않았다는군요. 술 잘 만들고 있는데 뭐하러 제조 방법을 바꾸냐는 겁니다. 원래 술 빚는 사람들이 굉장히 보수적이라고 해요. 그래서 그는 하는 수 없이 자기가 개발해낸 방법으로 직접 술을 빚기로 결심합니다. 그렇게 해서 92년에 나온 술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백세주입니다. 앞서 언급한 그 사람은 배상면 국순당 회장이지요.

 

그런 연유로 국순당의 술들은 라이조푸스 균을 사용한 누룩 (정확히는 생쌀을 발효한 입국이지만)으로 만들어집니다. 국순당에서 나오는 술이 대체로 사케에 비해 좀 달짝지근하고 뒷맛이 시큰하지요. 미생물부터가 확실하게 차별화 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국순당 생막걸리에도 예외없이 라이조푸스 계열 균이 사용됩니다. 그래서인지 색깔이 입국을 사용한 다른 막걸리에 비해 더 노르스름하지요. (물론 밀로 만든 막걸리나, 전통 누룩을 사용한 막걸리에 비하면 더 하얗습니다만)

 

국순당 생막걸리는 전체적으로 맛이 깔끔합니다. 앙금이 걸죽하게 덩어리지는 경우가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숙취가 비교적 덜합니다. 이건 상당한 장점이죠. 숙취 때문에 막걸리를 꺼리는 사람이 제법 많지 않습니까. 질감이 좀 가볍고 아스파탐(0.009)과 감초가 들어가서 맛도 굉장히 달콤한 편입니다. 그래서 처음 접근하기는 쉽지만 대신에 좀 금방 질리는 감이 있습니다. 탄산이 약한 대신에 전반적으로 정돈된 느낌이 강합니다. 깔끔한 건 좋은데 좀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맛입니다. 좀더 매력적인 질감이 있었다면 밋밋한게 부드러움으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그 정도는 아니고 딱히 별 자기 주장이 없는 느낌입니다. 단맛이 좀 줄어들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쌀이 수입산인 것도 아쉽습니다.

 

최근에는 국순당 내의 효자 상품이 백세주에서 국순당 생막걸리로 바뀌었다고 하네요 그만큼 주변에서 부쩍 자주 보이는 막걸리입니다. 시장 쉐어로 봤을 때는 현재 장수막걸리와 함께 명실공히 투톱 체제인 듯 합니다. 그 두 막걸리는, 탄산감에는 확실한 차이가 있지만, 큰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달고 가벼워서 마시기 쉽다는 거죠. 물론 국순당에는 이거 외에도 여러 가지 (더 나은) 자매품들이 있긴 합니다만.

 

★★☆


덧. 라벨 뒤에 진한 정도를 표시한 것은 좋은 생각 같습니다. 일본 도부로쿠도 농도를 '고이', '우스이' 등으로 나눈다죠. 같은 브랜드를 여러가지 탁도로 나누는 건 어떨까요. 아예 앙금이 가라 앉은 정도를 눈금으로 표시해서 탁도의 기준으로 삼는거죠.ㅎ



덧글

  • bluexmas 2011/01/05 01:03 # 답글

    며칠 전에 이것과 포천 이동 막걸리를 편의점에서 사다 마셨는데 이게 더 나았습니다. 단맛 나는 거야 그러려니 하고 있었는데 포천 이동 막걸리는 다이어트 코크 맛이 나더라구요. 국순당과 배상면 주가 두 종류를 더 사다가 어제 마셔봤는데, 아스파탐을 넣은 것치고는 이게 단맛이 좀 덜 질리는 편입니다. 단 정도는 다 비슷하구요.

    곧 글 올리려고 하는데 느린 마을 양조장의 막걸리는 기본적으로 아스파탐이 안 들어갔다는 점에서 좋았습니다. 다른 아스파탐 안 넣은 막걸리를 서울 시내 어딘가에서 살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백화점 같은 곳에서 파는 건 100% 아스파탐이 들어있더라구요
  • ㅇㅇ 2011/01/05 01:06 # 삭제

    먼소리임? 배상면 병막걸리 and 좀비싼 프리미엄막걸리는 아스파탐 안들어감.
  • 필로테스 2011/01/05 01:06 #

    다이어트 코크 맛ㅎㅎ 느끼셨군요. 요새 그런 맛 나는 막걸리가 상당히 많은데, 그게 다 무열량 감미료 때문입니다. 전 그 맛이 싫어서 다이어트 코크도 싫어합니다.
  • 새벽안개 2011/01/05 08:39 # 답글

    국순당은 효모도 아니고 아스파질러스도 아닌 다른 균주를 쓴다는 건 첨 알았습니다. 균주과 완전히 다르군요.
  • 필로테스 2011/01/05 18:13 #

    국순당이 전통주 업체를 표방하는 자신감의 근원이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ㅎㅎ
  • 제네식 2011/01/05 10:23 # 답글

    처음 배웠던 술중에 하나가 막걸리었는데
    주전자에 쟁여오는 막걸리보단 저런게 더 먹을만하데요
  • 필로테스 2011/01/05 18:19 #

    주전자에 담겨 나오는 막걸리는 그 정체를 알수 없다는 게 문제죠. 막걸리의 브랜드와 라벨을 선택해서 마시는 문화가 없다는 소립니다. 그런 건 소비자들이 좀 과감히 거부할 필요가 있을것 같습니다. 사케 같은건 도꾸리에 담아와도 뭐가 들었는지는 대개 표기 해놓지 않습니까.
  • 애쉬 2011/01/05 15:05 # 답글

    감점요인이 없는 깔끔한 맛의 막걸리지만 개성이나 매력 포인트를 찾기도 힘든 것이 국순당 생 막걸리 이지싶습니다.

    국산쌀을 재료로한 우리국순당생막걸리도 이것과 거의 같은 맛이 나네요

    우리나라 막걸리의 적인 아스파탐의 맛이 강하지 않아서 일단은 반가운 막걸리입니다만

    저탄산과 풍미 면에서 살균과정이 어떤지 매우 궁금해지기도합니다. 일단 효모는 완전히 사멸화 된 것 같은데.... 맥주에서 쓰는 필터링 방법도 아닐 듯하고 가열살균도 쓰지않았을 듯한데....

    아무튼 장수막걸리 외에 흔하게 구할 수 있는 부담없는 맛의 막걸리를 환영합니다.


    그리고.....주전자에 받아와서 먹는 막걸리....사라진건 참 아쉽습니다.(법적인 문제로 사라진 것 같네요)

    비 위생적이라고 하지만 체코나 동유럽엔 아직 동네 양조장들이 주전자에 맥주 담아팔고 예전의 맛을 잘 지켜나가는데 법적인 강제로 몰아내버린건 나중에 후회가 되지 않을지 걱정은 됩니다.

    저급의 밀가루로 대충대충 만들어 팔던 막걸리도 많았지만. 한정된 재료로도 뛰어난 맛을 만들던 술도가도 많았습니다.(지금도 많이 남아있길 바랍니다)

    포장 막걸리의 시대가 오면서 '맛의 몰개성화'와 먹을만한 품질의 소규모 술도가들이 공정현대화를 감당하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일이 아쉽습니다. 맛있는 막걸리들은 그 동네에서만 알려지고 비교대상이 없는 관계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습니다(반대의 경우는 서울의 장수막걸리...정말 좋아하시는 분들의 입맛에 의구심이 갑니다;;;)
  • 필로테스 2011/01/05 18:24 #

    확실히 좀 몰개성하긴 합니다만, 업체로써는 시장을 따라가야 하는 형편이니 고깝게 볼수 만은 없을것 같아요. 그리고 소규모 술도가들이 줄어든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완전히 멸종한 건 아닙니다. 그럴수록 좀 더 관심을 가져주고 또 무엇보다도 지갑(;;)을 좀 열어주어야 하는게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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