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일상

1.


2.
예비군 훈련장에 가서 말로만 듣던 카빈소총을 보았다. 총몸이 나무로 되어 있다는 것이 이리도 생소할 줄이야. 임진왜란때 왜군이 쓰던 조총을 떠올리게 했다. 근 500년간 소총이란 물건은 그런 모양이었나보다.

그런데 내가 받은 소총에 누군가가 글씨를 새겨 놓은 것이 아닌가. 심심할때 뾰족한 것으로 긁어서 써놓은 것이리라. 거기에 써있던 내용을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옮겨보자면,
<국가가 나한테 해준게 뭐가 있어. 이 총이 나가긴 하냐>다.

...너무나 전형적인 문장이라서 거짓말 같겠지만 정말이다.;;

카빈 소총으로 사격도 했는데, 놀랍게도 내가 여지껏 했던 어떤 때보다도 잘 쐈다. 10발을 쐈는데 표적 가운데 구멍이 하나만 생겼다;; 음... 한 5초간 불가사의하게 그 나무 소총을 지긋이 바라봤다.


3.
'평양성'을 봤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우베 볼의 영화도 낄낄대며 볼 수 있는 아량의 소유자다. 그런 나조차도 관람의 시간이 고통스러웠다. 심지어 그다지 재미 없을 것을 각오하고 본 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결론은 상상 이상으로 놀랄 만큼 후진 영화였다는 것.

역사극이라는 장르에 애정이 크기 때문일까. 한국의 사극을 보고 나면 나는 심지어 기분이 나빠진다. 대개 너무나 실망스럽기 때문이다. 잘 만든 한국 역사 소재의 영화가 있다면 누가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나의 이 편견을 없애 주시라.


4.
요새는 후삼국 시대에 대한 책을 읽고 있다. 왕건, 견훤, 궁예 나오는 그 시대 맞다. 한국 역사 중에서 후삼국 시대에 대한 컨텐츠가 별로 없다는 것은 굉장히 애석한 일이다. 나는 이게 컨텐츠 생산자들의 직무 유기에 가깝다고 본다. 컨텐츠 생산자들이 얼마나 안목이 없는지를 드러내 보여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뭐, 대충 아는 사람은 알리라.


5.
날씨가 풀려간다. 옷이 얇아져서 좋다. 요새도 몇 종류의 막걸리를 마셨다. 조만간 쓸 것.

덧글

  • 한단인 2011/04/04 18:54 # 답글

    [<국가가 나한테 해준게 뭐가 있어. 이 총이 나가긴 하냐>]

    ..명언이네요.



    덧. [10발을 쐈는데 표적 가운데 구멍이 하나만 생겼다;; ]

    이 사건의 진상은 한발이 가운데 맞고 나머지는 다 빗나갔을 확률이 꽤 큼(도주한다)
  • 필로테스 2011/04/04 23:49 #

    대한민국에서 그 문장의 인용 횟수로 따지면 거의 경전의 문구 수준 아닐지...

    그리고 표적지의 구멍은 한발의 흔적이 아니라, 지름 3센티미터 정도 이빨 자국처럼 너덜너덜한 구멍이었읍니다.

    물론 카빈 소총의 놀라운 파워 때문에 단 한발만 맞고 그렇게 됐을지도... ㅎㅎ

    어느쪽이든 카빈 대단합니다(?)
  • 애쉬 2011/04/04 20:53 # 답글

    1. +ㅠ+ 츄릅

    2. 두문장 퓨전~
    "국가가 나한테 해주긴 해주나?" (자문자답: 뭘? 해주긴 해준다 Fuck)

    덧덧. 같은 대사를 외치고 함께 도주합니다. 네 모방댓글 모방범죄입니다; (후다닥)

    3. 황산벌의 매력포인트는 3국이 세가지 현행사투리로 대화하고 사투리 질펀한 욕설 난무하는 '본격 사투리 무비'였습니다. 황산벌의 흥행성공을 엄~하게 분석한 속편이라봅니다.

    4. 돈도 안되는 장기간 창작을 하다간 굶어(?) 죽는다는 공포가 횡행하고 있습니다. 집단의 개인적 '나태'의 문제라기 보다 산업의 기형적인 투자에 관련한 문제인듯

    5. 폭발적이던 막걸리 생산량. 버프가 종료 되었나봅니다. 같은 현상이 떡볶기에도 오고. 서둘러 전개하던 한식 세계화에도 올것 같습니다. 이런 과정과는 별개로 막걸리 다양화 대중화는 반갑습니다. 밥 소비량이 준다는데 막걸리 소비량을 늘립싣;;;(후다닥) -리뷰 기대하겠습니다 :)
  • 필로테스 2011/04/04 23:59 #

    1. 조만간 저곳 포스팅할 생각입니다. 천조국의 위엄을 느낄 수 있는 와일드한 곳입니다.

    3. 평양성은 다 떠나서 일단 영화적인 만듦새가 너무 엉성합니다. 툭툭 튀는 편집에 이상한 개그코드... ㅠㅠ 거기다가 현재의 국제 정세를 빗댄 그 메타포가 왜 그리도 유치하던지... 그냥 역량이 굉장히 떨어지는 영화.

    4. 그래도 사극은 꾸준히 나온단 말이지요. 매번 시대를 바꿔서 여기 조금 저기 조금 다루는것보다는, 집중적으로 후삼국 시대를 다뤄서 아예 하나의 장르로 만들면 어떨까 싶어요. 요컨대 발상과 기획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중국 역사 중에서도 삼국시대는 좀 특별하고, 일본 역사에서도 전국시대는 좀 특별하잖아요? 한국도 그런걸 의도적으로 좀 만드는 지혜가 필요할 듯 해요.

    5. 버프는 끝났지만 대신 그동안 어느 정도 렙업(;;)은 했다고 봅니다. 사실 그것을 위한 버프였지요. 렙업도 했겠다, 이제는 진짜 새로운 스킬과 스탯을 찍을 차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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