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전 명언 사전' 득템기 일상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란 책에는 희귀한 책을 찾아다니는 책 사냥꾼이 나온다. 
나는 책 사냥꾼도 아니고 이 책이 그렇게까지 희귀한 책도 아니다. 하지만 일단 이 책은 절판된 책이었고, 교보문고나 영풍문고 등의 대형 서점에도 재고가 없었으며, 인터넷 서점에서도 남아 있는게 없었다. 이게 내가 '책 사냥'에 나서게 된 까닭이다. 무려 6만 8천원짜리 책이라 살까 말까 제법 고민을 했었는데, 막상 사려고 작심하고 보니 구할 데가 없는 것이다.

학교 땐 보통 이럴 때 제본을 했다. 오랜만에 졸업한 학교 도서관 사이트에서 검색을 해보니 나오긴 한다. 그렇지만 명색이 사전인지라 '대출불가' 서적이다. 구립도서관, 국회도서관 등등에서 찾아봐도 전부 마찬가지. 대출을 못하면 제대로 된 제본을 할 수가 없다. 도서관 내에서 일일이 복사를 할까도 생각해봤다. 하지만 책의 3분의 1 이상 복사하는 것은 불법인데다가, 이 책은 무려 1600페이지나 되는 두꺼운 책이다. a4용지로 이루어진 거대한 복사본 뭉치를 소장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다 문득 어딘가에 생각이 미쳤다. 학교 앞에 있는 "ㅍ" 서점. 거기서는 고리타분한 인문 사회학 서적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지 않았던가!

일단 전화를 해봤다. 
"저기 혹시... 중국 고전 명언 사전 있나요?"

이 책은 신경숙의 베스트셀러 같은 책은 아니다. 그래서 혹시 운이 좋아 그곳에 책이 있더라도, 검색을 해서 한참을 찾아야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응답이 뜻밖이었다.
" ㅅ출판사에서 나온 책 말하는 거죠? 그거 엄청 두껍고 비싼 책인데, 그걸 왜 찾아요?"

아니 이 이저씨는 바로 알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책을 왜사는지 물어보기까지 하다니. 주인의 수준을 측정하겠다는 의도인가.
나는 '동양 고전의 정수를 책상 앞에 두고 평생에 걸쳐 언제든지 찾아보고 싶기 때문입니다'라고 이야기 하려다가 짧게 대답했다.
"그냥요."

적절한 대답이었던 모양이다. 아저씨는 "그거 어제 들어온 책이에요. 지금 창고에 있어요." 했다.
절판된 책이 '어제 들어오기도' 하고 그러는 모양이구나. 뭔가 감회가 새롭다. 내가 그렇게 찾아도 안나오던 책이 어디선가는 활발히 거래되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

아저씨는 창고에 있으니 찾아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몇시간이 지나 책방 아저씨로부터 뜻밖의 전화가 걸려왔다.

"분명히 어제 들어왔는데 찾아도 안보이네요? 있는걸 봤는데... 더 찾아보고 월요일날 연락을 줄께요."

아, 이건 웬말인가. 책을 찾았다는 만족감이 차츰차츰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그 책이 실제로 존재하기는 하는건가? 혹시 마법의 책은 아닐까? 자신을 쫓는 나를 농락하기 위해 책방 아저씨를 현혹시켰던 건 아닐까? 이것은 거대한 음모의 일부가 아닐까? 이건 미친짓이야 나는 여기서 나가야겠어!

혼자 머릿속에서 판타지를 그려나가고 있었는데 다음날 오후에 문자가 왔다.
<책방입니다. 책 찾았습니다.>

그 다음날 점심 쯤에 오랜만에 학교 앞에 갔다. 책방에 들러 책을 샀다.
"좀 비싸지만 좋은 책이에요."
"아 예"
아저씨는 뚜레주르 빵집 봉지에 책을 담아주셨다. 나는 근처 커피솝에서 시크하게 커피 한잔 마시고 집에 왔다. 득템기 끗.


내가 왜 이 책을 그리도 사고 싶어 했는가?
간단하다. '인용'을 위해서다. 그게 이 책의 용도이기도 하다.
만일 내가 사서삼경예기춘추에 정통한 사람이라면야, 간단한 웹 검색 만으로도 충분히 인용구를 만들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적절한 인용구를 잔뜩 모아놓은 사전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책이나, 이를테면 ㅇㅇㅇ 명언 모음집 같은 걸 볼 수는 없다. 채록에도 퀄리티란게 있기에.

그러다가 알게 된 것이 이 책이다. 저자인 '모로하시 데쓰지'는 100세까지 장수한 일본의 한학자다.
평생에 걸쳐 '대한화사전'이라는 한자 사전을 펴내었는데, 현존하는 최고의 한자사전이라고한다.
그 한자사전 때문에 일본의 한학 수준이 본고장인 중국을 웃도는 수준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가 쓴 '공자, 노자, 석가'라는 책을 봤는데 간결하고 명쾌하고 좋은 책이었다.

그런 학자가 쓴 '고전 명언 사전'이니, 당연히 고전의 정수만을 채록해 놓은 '엑기스' 일터. 이런건 비싸도 사야된다.

기본적으로는 '논어' '맹자' 등의 책 이름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인간의 운명','정치의 본질','다양한 인간의 수준' 등 인용의 용도별로 분류해 놓은 색인도 있다. 마음에 드는 구절을 찾으면 그걸로 웹 검색을 해보면 된다. 그러면 전문을 찾을수 있으니.

사전같은 형식이지만, 그냥 술술술 읽어도 잘 읽히고 재미있다. 좋은 아이템을 얻었다. (젤다의 전설 효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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